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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대한민국을위하여’ 보장성 강화 다르게 보기


 ‘건강한대한민국을위하여’ 보장성 강화 다르게 보기

 

 이  용  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
 drlee75@naver.com


배경

 2017년 대한민국은 격동의 세월을 보냈고 많은 고통 끝에 새정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정부는 보장성강화라는 명목 하에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전격적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정부 하에서도 추진되던 중증질환 본인부담 경감 등 보장성 강화정책과 그맥락을 같이 하지만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라는 실현불가능한 정책의 발표였던 만큼 갈등의 불씨가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후에 전면 급여화라는 말은 슬며시 들어갔지만 새정부가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 강화를 화두로 삼았다면 비급여의 급여화 같은 중요한 문제를 왜 그리 조급하게 결정하고 발표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정권초기에 밀어붙이려는 의도는 있었겠지만 해당 정책의 당사자이고 행위주체인 의료계와 일체 논의도 없이 발표부터 한 것은 잘못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느낀다. 건강보험에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건보보장률이란 수치는 각나라마다 그의미가 다르고 계산식 속에 포함된 내용도 다르다. 실제 GDP대비 조세부담률이나 보험료율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건보보장률비교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보장률이라는 수치에 집착하기 보다는 잘못된 보건의료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한국 의료제도의 특징

 한국의 의료제도는 전국민 당연가입, 단일보험자체계에서 모든 의료인, 의료기관(의료제공자)까지 건강보험제도에 강제 편입시킨다. 이러한 체제하에 의료를 사유재가 아닌 공익실현을 위한 공공재로 규제하면서 국가적 재원부족이나 국민부담을 이유로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를 제공하며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의 질이나 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은 10% 수준에서 개선되지 않고 있고, 국가 보건의료 위기상황이었던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공공의료나 필수의료 부분에 대한재정투자나 지원은 미미하다. 북한 귀순 병사 사건으로 잠깐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중증외상센터 예산도소폭 증액되긴 하였으나 언제 또 삭감될지 모른다. 특히 이러한 구조에서 민간의료기관은 계속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커지는 황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 – 공공의료에 대한 재 정투자 확대

 우리 헌법 제36조 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가는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가 평등성,보편성,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여야한다. 즉 정부는 일정 부분의 의료인력 양성, 의료기관설립및확충,의료기관의 운영 및 유지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도를 개선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과감한 재정투자와 지속적 지원을 해야 한다.

현행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7조1)는 공공 보건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에 대 해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 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등으로 규정하고 있 다. 이와 같이 공공의료는 민간부문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 국가가 재정을 투자하여 안전한 국가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확충해야 한다.

즉 국가는 공공의료를 통해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 료나 재난적 상황에 대비하고 이를 해소하는데 최선 을 다 해야 한다. 이를 방기하는 것은 스스로의 국격을 낮추고 미개국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서 벗어나려면 정부는 건강보험제도의 관리운영자 로서 국민건강보험법 등에서 정한 국가 책임 부분인 국고지원금의 미지급 문제(2007년부터 2016년까 지 누적 국고지원, 건강증진기금 등 부족분 총 14조 6,706억원)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가가 본연의 책임도 다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추가 부담 없는 보장성 강화 방안을 내세우는 것은 인기 영합적인 발상이고 결국 공급자를 더욱 통제하여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 의료체계에서 공급자들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다. 공급자가 무너지면 의료체계도 무너지는 것 이며, 한국 의료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마무리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방안 발표 이후, 의료계의 문제제기는 2017년 12월 10일 전국의사 궐기 대회로 이어졌다. 참다못한 3만여 명의 의사들이 거리로 나왔고, 갈등의 봉합을 위해 정부는 실무협의체를 제안하며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역시 순서가 바뀐 것이다. 새정부가 의료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의료계 및 관련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쳤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시작된 실무협의체에서는 보다 장기적으로 국민의 건강증진, 보건의료의 향상을 위한 국가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단기적으로 수용가능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정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다가올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건전한 보건의료체계를 설계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1) 제7조(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무) 1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보건의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 <개정2016.2.3.>

1.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2. 아동과 모성, 장애인, 정신질환, 응급진료 등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부족한 보건의료
3. 재난 및 감염병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4.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관련된 보건의료
5. 교육·훈련 및 인력 지원을 통한 지역적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보건의료
6. 그밖에 「보건의료기본법」 제15조에 따른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보건의료